Books2010.06.07 16:15

나의 책읽기 습관과 성석제 장편소설 '도망자 이치도'


나의 책 읽기 습관

책을 평소에 즐겨서 읽는다. 똑똑하지 못했고, 학교 다니면서 1등 한번 못했던 내가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서인것 같다. 책은 나처럼 순발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책이 좋다. 어디나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친구같고, 한구석에 1-2주쯤 읽지 않고 팽개쳐 두어도 삐지지 않는 넉넉한 마음도 좋다. 

책을 읽을 때, 되도록이면 잡식하려고 한다. 한번 경영학 책을 읽었으면, 그 다음번에는 소설책을, 한번 한국 소설을 읽었으면 그 다음에는 외국 소설을, 한번 수필을 읽었으면 다음번에는 자연과학서적을, 한번 한국어로 된 책을 읽었으면 그 다음에는 외국어로 된 책을 읽는 등의 방법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읽는다. 그렇게 하면 직장에만 다니고, 실내에만 갇혀 있는 나의 삶도 조금은 세상 넓은 곳을 날아다니는 느낌도 든다.

최근 몇주간 읽은 책들이 경영학 책이거나 에세이거나 했기 때문에 한국 소설을 하나 골랐다. 이런 나를 보면서 나의 와이프는 도대체 다음번에 내가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미리 소개하자면 나는 성석제의 '도망자 이치도'를 읽기 전에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는가?'를 읽었고, 그 이전에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생물학적인 에세이를 읽었다. '도망자 이치도'를 읽고 난 후에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라는 사람의 '블랙스완'이라는 책을 읽고 있고, 아마도 그 다음에는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셔~'라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원서를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미리 사 두긴 했음)

아무튼 나의 이런 독서 습관이 나는 스스로 만족스럽다. 되도록이면 요즘 게을러진 나의 일본어 실력도 되살려서 일본어 책도 많이 읽고 싶고, 나의 관심분야를 예술 방면으로도 넓혀서 보다 다양한 방면의 책도 많이 읽고 싶다. 


성석제 장편소설 '도망자 이치도'

성석제씨 소설은 처음으로 읽어봤다. 평소에 연극감독이자 영화감독인 장진씨를 좋아하는데, 그가 Naver 지식인의 서제에 평소 성석제씨를 좋아한다고 쓴 것을 보고 언제 한번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도망자 이치도는 술집 잡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도둑으로 살아가는 이치도 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석제씨의 글은 글 자체에 리듬이 살아있어서 입에 착착 감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마치 판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는데, 이런 글의 리듬은 이외수씨의 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이외수씨의 글이 좀 더 사설적이고, 서사적인 반면에 성석제의 글은 좀더 리듬감이 있는 면에서 다른 것 같다. 

스토리 라인도 뭔가 익숙한 느낌을 주는 많은 스토리들이 짬뽕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패로디와 트위스트가 매우 적절하게 배합되어 독창적인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어디선가 본 듯하고, 들은듯한 스토리지만 다른 방향으로 팡팡 튄다. 이런 매력은 매우 드물었다는 느낌이 든다. 

장진 감독이 왜 성석제씨 소설을 좋아하는지 알것도 같았다. 그의 연극과 성석제 소설이 조금 '닮아 있다'는 느낌과 '닿아 있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닮아 있다는 느낌의 한국어의 맛깔스러운 부분을 잘 살린다든지, 스토리가 꼬임새(?)가 있다든지 하는 부분이다. 닿아있다고 느꼈던 부분은 무언가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면서도 약간은 허무하게 끝이 나버리는 주제의식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성석제 씨의 소설을 다시 찾게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도망자 이치도' 한권 만으로도 성석제 씨의 글솜씨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Posted by luckym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