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0.06.10 12:21

War in the Boardroom - Al & Laura Ries (한국어 제목: 경영자 vs 마케터)




1. Intro 
사실 이 책을 읽은지는 2개월 정도 되었는데, 생각을 정리하고 쓰려다가 많이 늦어졌다. 

포지셔닝(Positioning) 이라는 책과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Al Ries 와 그의 딸 Laura Ries의 공저이며, 개인적으로 Positioning 은 나의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잡아 준 책이기 때문에 Al Ries에 대해서 무한 존경을 표하는 바가 있다. 그래서인지 Al Ries의 책은 늘 읽고 싶고, 기다려지기도 한다. 

모처럼만에 이 블로그에 어울리는 포스팅이 될 법한데, 아무튼 이 책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경영자(General Management) 와 마케터(Marketer) 사이의 견해 차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영어 제목은 War in the boardroom 인데, 한국어 번역이 기가막히게 잘 되었다. (경영자 vs. 마케터) 그러나 사실 경영자와 마케터를 딱 구분짓기는 어렵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내가 일했던 P&G가 그렇다. P&G는 마케터들에게 Business Ownership을 강조하는 곳이다보니, 단순히 '재미있겠다', '소비자가 원한다' 라는 로직만 가지고 마케팅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매출과 순익 (Top & bottom line) 에 대한 책임을 마케팅이 지게 되면 마케터들도 이 책에서 말하는 경영자(Management) 처럼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게 P&G 마케팅의 재미있는 점이기도 한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25개 chapter로 이루어져 있으며, 왜 마케터와 경영자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고있다. 그와 함께 경영자들의 logic 으로만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들의 나쁜 결과들을 보여주고, 마케팅 sense 로 내린 의사결정들의 잘 된 예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2. Management vs. Marketer 
사실 경영자(management)와 마케터(marketer) 사이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라는 질문은 바보같은 질문이다. 누구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마케팅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마케팅적 논리가 장기적으로 이긴 경우를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반대로 말하면, 마케팅적이 아닌 경우 혹은 단기적으로 재무적인 이익이 중요했던 경우 등등에 있어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로직이 틀릴수도 있다. 

나도 마케터로서 일했지만, 항상 마케터로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조직내의 정치적인 이유이거나 나 자신의 KPI와 연계된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 당장 promotion 을 하지 않으면 매출이 나오지 않고,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내 위치, 나의 브랜드의 위치, 그리고 Retailer 들의 매대에서 당장 나의 제품의 위치가 위태롭기 때문에, 때로는 알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게 마케팅의 어려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P&G에서는 대부분의 top management 들이 marketing 출신이다. P&G의 marketing 의 기본 개념은 brand management인데, Brand Management는 기본적으로 5년, 10년,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시각을 요한다. 마치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이 단기적으로 내달리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래서인지 P&G에서는 자기 브랜드를 '아이' 혹은 'baby'라고 표현할 때가 많다)

3. Management ...., Marketing ....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왜 마케팅과 경영자가 충돌하는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25가지 이유로 case study를 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내용은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라는 책의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사례들이 좀더 다양하고, management 와의 대립구조로 나와 있다보니 조금더 분명하게 마케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Management 라고 하는 인물들은 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일수도 있지만, 저자의 의도는 '마케팅을 잘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  더 가까운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래 25가지 챕터의 제목들을 적어봤다.

1. Management deals in reality. Marketing deals in perception.

2. Management concerns on product. Marketing concerns on the brand.

3. Management wants to own the brand. Marketing wants to own the category.

4. Management demands better products. Marketing demands different products.

5. Management favors a full line. Marketing favors a narrow line.

6. Management tries to expand the brand. Marketing tries to contract the brand.

7. Management strives to be the 'first mover'. Marketing strives to be the 'first minder'.

8. Management expects a 'big-bang' launch. Marketing expects a slow takeoff.

9. Management targets the center of the market. Marketing targets one of the ends.

10. Management would like to own everything. Marketing would like to own a word.

11. Management deals in verbal abstractions. Marketing deals in visual hammers.

12. Management prefers a singles brand. Marketing prefers multiple brands.

13. Management values cleverness. Marketing values credentials.

14. Management believes in double branding. Marketing believes in single branding.

15. Management plans on perpetual growth. Marketing plans on market maturity.

16. Management tends to kill new categories. Marketing tends to build new categories.

17. Management wants to communicate. Marketing wants to position.

18. Management wants customers for life. Marketing is happy with a short-term fling.

19. Management loves coupons and sales. Marketing loathes them.

20. Management tries to copy the competition. Marketing tries to be the opposite.

21. Management hates to change a name. Marketing often welcomes a name change.

22. Management is bent on constant innovation. Marketing is happy with just one. 

23. Management has the hots for multimedia. Marketing is not so sure.

24. Management focuses on the short term. Marketing focuses on the long term.

25. Management counts on common sense. Marketing counts on marketing sense.


위의 내용을 읽다보면 어떤 마케터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마케팅이라는 것이 대부분 경영자 맘대로 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리도 엉터리 마케팅이 판을 치는지 알 수 있다. 최고 경영자 급에는 마케팅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경우가 많고, 마케팅 출신들이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회사들은 아직까지는 단기적인 성장과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 Al Ries 와 Laura Ries가 말하는 진정한 마케팅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구현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다. 


4. 결론- 한국에서 마케터는 백전백패
예전에 유니타스 브랜드라는 잡지의 기자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질문중에 하나가 바로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좋은 마케팅 사례를 찾기가 어려운가?'였다. 

나는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어느정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마케팅은 마케팅이 아닌 경우가 많다. 광고들도 기업의 이미지에만 집착하며 (나는 왜 아직도 텔레콤 회사들이 월드컵 광고에 열을 올리는지 알수 없다), 대부분의 마케팅 캠페인이 1년도 가지 못하는 단기적이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마케팅이 성공적이었고, 어떤 마케팅이 실패였는지 알 수가 없다. 소비자들의 기억속에 머물 시간조차 주지 않는 상황에서 positioning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다시피 미국에서조차 CEO (44개월), CFO (39개월), CIO (36개월) 에 비해서 CMO (26개월)의 평균 재임 기간은 너무나 짧다. 단기적으로 매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패라고 규정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CEO 의 재임 자체도 너무나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서 마케팅의 CMO까지 신경 써주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기업의 역사에서 오는 특성도 한국에서 좋은 마케팅 사례를 찾기 힘든 한가지 원인이 아닐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많이 하는 기업들은 통신사, 건설사, 전자회사, 유통회사, 생활용품회사, 정유회사 등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통신, 정유 등은 정부 소유였던 회사가 많아서 공기업적인 마인드로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통신사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미지광고들이 그런 예이다. 건설, 전자, 유통 등은 대기업 소유였기 때문에 오너의 명령에 따라서 마케팅의 방향성이 잡히고, 그대로 집행되었다. 따라서 마케터의 voice가 얼마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결론적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marketing vs. management의 대결에서 아마도 management가 백전백승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마케팅 사례를 찾기가 더욱 힘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바라건대 더욱 많은 마케터들의 vs. management 경쟁에서 승리하고, 더 많이 성장해서, 앞으로는 외국의 마케팅 사례만 소개하는 인터넷 블로그들 보다는 국내의 재미있는 마케팅 사례를 많이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면 한다.





Al Ries is a legendary marketing strategist, a bestselling author and originator of the concept of Positioning. In 1972, Al co-authored the now infamous three-part series of articles declaring the arrival of the Positioning Era in Advertising Age magazine. The concept of positioning revolutionized how people viewed advertising and marketing. Marketing was traditionally thought of as communications, but successful brands are those that find an open hole in the mind and then become the first to fill the hole with their brand name. Since 1994, Al has run Ries & Ries, a consulting firm with his partner and media darling daughter Laura Ries. Together they consult with Fortune 500 companies on brand strategy and are the authors of five books which have been bestsellers around the world. They have traveled to over 60 countries from Chile to China and India to Indonesia teaching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marketing. When Advertising Age magazine choose the 75 most important ad moments of the last 75 years celebrating the publication's 75th anniversary. The emergence of positioning came in at number #56. Ad Age commented on how the concept remains just as relevant in today's environment, "The positioning era doesn't end. What became a part of the marketing lexicon in the early '70's holds its own in the textbooks of today." Al currently writes a monthly marketing column for AdAge.com and appears on the RiesReport.com. Al's favorite activities include snorkeling, horseback riding and driving with the top down. He resides in Atlanta, Georgia, with his wife, Mary Lou. - from Amazon.com



Posted by luckym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울나라는 대기업-경영자의 나라라
    훌륭한 센스있는 마케팅 사례가 안나오는군요-

    2010.06.11 17: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지만, 제가 말하는 바는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지는 않구요.. 아직까지는 경영자들의 mind가 marketing mind가 아니라서 그런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대기업이 경제를 주도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기업을 어떻게보면 '원인'으로 몰고 간것 같기는 한데, 꼭 대기업이 애초의 원인이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2010.06.14 18:39 신고 [ ADDR : EDIT/ DEL ]

Books2010.06.07 16:15

나의 책읽기 습관과 성석제 장편소설 '도망자 이치도'


나의 책 읽기 습관

책을 평소에 즐겨서 읽는다. 똑똑하지 못했고, 학교 다니면서 1등 한번 못했던 내가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서인것 같다. 책은 나처럼 순발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책이 좋다. 어디나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친구같고, 한구석에 1-2주쯤 읽지 않고 팽개쳐 두어도 삐지지 않는 넉넉한 마음도 좋다. 

책을 읽을 때, 되도록이면 잡식하려고 한다. 한번 경영학 책을 읽었으면, 그 다음번에는 소설책을, 한번 한국 소설을 읽었으면 그 다음에는 외국 소설을, 한번 수필을 읽었으면 다음번에는 자연과학서적을, 한번 한국어로 된 책을 읽었으면 그 다음에는 외국어로 된 책을 읽는 등의 방법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읽는다. 그렇게 하면 직장에만 다니고, 실내에만 갇혀 있는 나의 삶도 조금은 세상 넓은 곳을 날아다니는 느낌도 든다.

최근 몇주간 읽은 책들이 경영학 책이거나 에세이거나 했기 때문에 한국 소설을 하나 골랐다. 이런 나를 보면서 나의 와이프는 도대체 다음번에 내가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미리 소개하자면 나는 성석제의 '도망자 이치도'를 읽기 전에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는가?'를 읽었고, 그 이전에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생물학적인 에세이를 읽었다. '도망자 이치도'를 읽고 난 후에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라는 사람의 '블랙스완'이라는 책을 읽고 있고, 아마도 그 다음에는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셔~'라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원서를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미리 사 두긴 했음)

아무튼 나의 이런 독서 습관이 나는 스스로 만족스럽다. 되도록이면 요즘 게을러진 나의 일본어 실력도 되살려서 일본어 책도 많이 읽고 싶고, 나의 관심분야를 예술 방면으로도 넓혀서 보다 다양한 방면의 책도 많이 읽고 싶다. 


성석제 장편소설 '도망자 이치도'

성석제씨 소설은 처음으로 읽어봤다. 평소에 연극감독이자 영화감독인 장진씨를 좋아하는데, 그가 Naver 지식인의 서제에 평소 성석제씨를 좋아한다고 쓴 것을 보고 언제 한번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도망자 이치도는 술집 잡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도둑으로 살아가는 이치도 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석제씨의 글은 글 자체에 리듬이 살아있어서 입에 착착 감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마치 판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는데, 이런 글의 리듬은 이외수씨의 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이외수씨의 글이 좀 더 사설적이고, 서사적인 반면에 성석제의 글은 좀더 리듬감이 있는 면에서 다른 것 같다. 

스토리 라인도 뭔가 익숙한 느낌을 주는 많은 스토리들이 짬뽕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패로디와 트위스트가 매우 적절하게 배합되어 독창적인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어디선가 본 듯하고, 들은듯한 스토리지만 다른 방향으로 팡팡 튄다. 이런 매력은 매우 드물었다는 느낌이 든다. 

장진 감독이 왜 성석제씨 소설을 좋아하는지 알것도 같았다. 그의 연극과 성석제 소설이 조금 '닮아 있다'는 느낌과 '닿아 있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닮아 있다는 느낌의 한국어의 맛깔스러운 부분을 잘 살린다든지, 스토리가 꼬임새(?)가 있다든지 하는 부분이다. 닿아있다고 느꼈던 부분은 무언가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면서도 약간은 허무하게 끝이 나버리는 주제의식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성석제 씨의 소설을 다시 찾게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도망자 이치도' 한권 만으로도 성석제 씨의 글솜씨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Posted by luckyme

댓글을 달아 주세요

Books2010.05.10 15:26

화폐전쟁 - 음모론이 아니라 화폐론


나는 음모론에 우호적인 사람. 

최근에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거치면서 짬을 내어서 책을 몇권 읽었다. 한꺼번에 여러권의 리뷰를 쓰려고 하니 조금 무리스럽기는 하지만,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서 한권씩 써 보려고 한다. 먼저, 화폐전쟁 (쑹홍빙 저)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은 이러저러한 음모론 관련 블로그 포스팅 등을 통해서였다. 음모론은 어떤 시대적인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서 그 배후에 어떤 조직이나 인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음모론은 세상에 벌어지는 큰 일들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참고로 나는 평소에 음모론에 관심이 많은데, The Obama Deception (오바마의 속임수) 라든지 Zeitgeist (시대정신) 이라든지 하는 음모론적인 다큐멘터리 혹은 프리메이슨에 대한 다양한 음모론 이야기들이 '꽤나 그럴듯 하다' 라고 생각해 왔다. 나와 깉이 음모론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나의 관찰에 따르면, X-File 이나 Fringe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고, 기독교에 회의적이거나 리차드 도킨스와 같은 사람들의 책을 즐겨 읽으며, Fact와 통계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과학적인 접근만을 고집하지도 않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음모론에 대한 생각. 

사실 나는 이러한 음모론적인 다큐멘터리나 책들이 말하는 역사적인 Fact 들은 모두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Fact 들의 점을 이어서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무리한 가정과 추측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 그림 (whole picture)가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백년 동안 전 세계의 정치, 경제 등을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조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십년 혹은 길게는 백년 정도는 정치 및 경제를 자신들의 마음대로 움직여 보려는 집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따라서 '오바마의 속임수'나 '시대정신'에서 나오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일부 믿기도 하고, 일부는 믿지 않기도 한다. 

화폐전쟁 - FRB 에 대한 음모론에서 출발하다. 

화폐전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미국의 연방 준비 은행 (FRB)에 대한 음모론에서 출발한 달러의 화폐적 기능에 대한 회의론적 관점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 Zeitgeist (시대정신)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먼저 본다면 대단히 빠른 이해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연방 준비 은행(Federal Reserve Bank)은 공공기관(Federal)이 아닌 민간 기관이고, 준비(reserve)도 없으며, 은행(Bank)도 아니라는 농담 아닌 농담에 대해서 나는 그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들어왔다. 즉, FRB는 사실 미국의 헌법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며, 단지 미국의 국채 (T-bond, T-note) 등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해 주는 민간 기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민간 기업의 배후에는 국제금융재벌들이라는 어마어마한 음모를 지닌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고, 이들이 JFK 암살이라든지 1,2차 세계대전 등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사실 '화폐전쟁'의 전자 쑹홍빙은 달러화와 FRB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으며, 이 내용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의 근거로 FRB의 정당성이 없다는 점을 '음모론적인 관점'에서 파해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이 책은 음모론이 핵심이 아니라 FRB와 달러체계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다. 

화폐전쟁은 음모론 책인가?
나도 이 책을 사면서 음모론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샀다. 이 책의 초반에 나오는 역자의 글에도 삼국지연의와 같이 사실에 기반한 지어낸 이야기 정도로 생각해 달라는 글이 나온다. 즉, 이 책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시각은 바로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는 현상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음모론은 수단에 지나지 않고, 목적 자체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음모론이라는 것은 'Implication' 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다 듣고 나서 'so what?' 이라고 되묻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대해서는 '차라리 모르는게 낫다', '마음만 어지러워지므로 듣고싶지 않다' 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쑹홍빙의 화폐전쟁은 (적어도 중화민족에 대해서) 뚜렷한 메시지가 있다. 세계 금융재벌들이 중국에서 분탕질을 하고, 이익만 쏙쏙 빼먹은 이른바 '양털깎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결론

어쩌다가 이 책이 음모론적인 책으로서 평이 자자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음모론은 솔깃한 주제인것 같다. 다만,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거나, 이미 읽은 사람들이 메시지는 분명하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짧은 서평을 적어 본다. 아울러 (사족일지도 모르지만) 오늘 읽기를 마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금융재벌들의 음모였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환란 이었든 97년부터 불어닥친 IMF 금융, 경제 위기를 무사히 넘겼던 우리 국민들, 참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린지 너무 재밌당 ^^




Posted by luckyme

댓글을 달아 주세요

Books2010.03.13 23:55

마케터가 한눈에 반할만한 책 -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Blink by Malcom Gladwell)


말콤 글래드웰은 이 시대의 최고의 이야기꾼인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 메시지에 딱 맞는 예시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두세개씩을 들어가면서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낸다. 

사실 나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뒤늦게 접했다. 처음에 읽었던 책이 티핑 포인트, 그리고 티핑 포인트 보다도 더 일찍 나왔던 이 블링크를 읽게 되었다. 뒤늦게 접했지만 두 책 모두 최근에 읽었던 책들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고, 감명깊게 읽었으며, 마케팅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터로서 일을 하다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BLINK 의 힘 - 즉 짧은 순간에 직관적인 판단력의 힘에 대해서 참 많이 느끼게 된다. P&G에서 일하면서 mock up copy training 을 많이 받았다. 이 트레이닝은 광고를 만드는 단계에서 에이전시에서 스토리 보드를 가지고 오면 마케터가 어떤 식으로 미팅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트레이닝이다. 에이전시에서는 보통 2-3가지, 많으면 5가지 정도의 스토리보드를 광고주에게 보여주게 되고, 광고주는 이것에 대해서 좋다 싫다 혹은 어떤 점을 어떻게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 트레이닝에서 P&G의 트레이닝에서는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서 생가한 다음에 피드백을 줄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는데, 그 첫번째 단계가 바로 'Gut Feeling' 즉 느낌이 오는대로 얘기하라는 것이 바로 그 첫 번째 단계이다. 

특히 마케터들은 수많은 시간을 공들여서 만든 비주얼이나 클레임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거의 1-2초 만에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러나 마케터들은 계속 분석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어려우므로 복잡한 분석을 하기 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 이 트레이닝의 메시지 중의 하나였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 말하는 재미있었던 내용 중에 하나는 Kenna 라는 가수의 케이스였다. 많은 음반 제작자나 프로듀서 등 전문가들이 그의 데모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의 새롭고 놀라운 음악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물어보면 평가는 낮게 나온다. 너무나 새롭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 음악을 어떤 장르로 해석해야 할지 좋으지 싫은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Kenna 의 음반을 출시했을 때 kenna는 그래미 상을 받을 정도로 성공적인 뮤지션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마케터로 일하면서 수많은 소비자 조사를 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물어봐서 답이 나오는 경우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Blink에서 말한 것과 같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경우나 아직까지 마켓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말한다. 다르다는 것과 새롭다는 것, 그리고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소비자들의 말 (verbatim)을 마케터들 자체가 부정적으로 해석할 때도 많은 것 같다. 

내 주변에 있었던 일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2006년 6월 즈음이었다. 트랜스포머가 처음 개봉할 때였는데, 1개월 전에 나는 우리 회사 사람들이 다 함께 보러갈 영화 프로그램으로 이 트랜스포머라는 영화를 추천했다. 나는 이 영화의 30초짜리 트레일러를 보고 한눈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높은 분들의 반대가 컸다.'로보트가 주인공'이라는 이유였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런 영화를 도대체 어떤 장르로 구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주인공이 로보트라니..' 라는 생각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택한 신발이 오션스 13이었다. 그 이유는 오션스 13은 그 전편들이 이미 검증된 영화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 이야기의 결과는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트랜스포머는 (아바타가 그 기록을 깨기 전까지) 외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오션스 13은 그 전편들에 비해서 너무나 초라한 성적을 거둔채 금새 막을 내렸다. '새로운 것'에 대해서 '다수'의 사람들은 막연한 위험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경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도 소용이 없다. 몇몇 전문가들의 intuition 에 의존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의 마지막 chapter에서 왜 많은 blink (직관적 사고)가 잘못되기도 하는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잘못된 선입견과 흥분된 상황의 복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짧은 순간 많은 일들이 결정되기도 하는 중요한 미팅들, 이런 미팅들에서도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생각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들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나 아닌 사람을 막론하고 많은 재미와 교훈을 준다. 이야기꾼으로서 너무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탁월해서 책을 읽는 동안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의 다음 책들이 많이 기다려진다. 





Posted by luckym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뉴요커의 기사는 제대로 읽어 본적은 없지만, 그동안의 저서들을 보면, 심리학, 경제학 및 기타 학문에서의 주요 성과를 자유롭게 양념까지 버무리며, 독자들에게 내놓는 것을 보면 정말 글래드웰은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혹자는 학자도 아니면서 학자인체한다고 한다고도 하지만(얼마전 스티븐 핑커가 NYT에서 공개적으로 깠다고 하더군요.ㅎ) 그래도 글래드웰같이 편안하게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이는 많지 않다고 봅니다.

    2010.03.16 01: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말콤 그래드웰이 학자처럼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한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가 reporter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이야기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거든.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모두 읽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웃 라이어가 제일 잼있었음

      2010.03.16 13:0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