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브랜드 없는 스포츠 웨어 시장
농구와 마라톤을 좋아하다보니 나이키와 아디다스 샵에 들어가는 일은 휴일에 쇼핑을 나가면 반드시 하고야 마는 내 중요한 일과중에 하나이다. 새로 나온 디자인의 의류나 신발을 살펴보는 것도 쇼피의 재미중의 하나지만,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아이템들을 이리저리 뒤척거리면서 그들의 용도를 하나하나 알아내는 것도 세상을 다시 보게 해 주는 경험중에 하나이다. 지난주에는 신촌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서 세가지 다른 종류의 팔토시를 발견하고, 과연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 20분 가량 고민했고, 그 이전 주에는 명동 롯데백화점의 아디다스 매장에서 ClimaCool 소재의 긴팔 inner wear 를 샀다. (겨울에는 실내코트도 추워서 농구할때 쓰려고 샀는데, 완전 강추임).
이렇게 주말마다 스포츠샵에 들어가서 쇼핑을 즐기다보니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왜 우리나라 로컬 브랜드들은 전혀 기를 못 펴는 것일까? 나이키와 아디다스 그리고 리복, 뉴밸런스, 푸마, 데상트 등등의 브랜드들이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프로스펙스 류의 국내 브랜드는 매우 짜친감이 없지 않다. 물론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기술력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그 이유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이키의 DNA - 운동선수와 감독
나이키는 1964년에 필 나이트(Phil Knight) 라는 육상선수와 빌 바워맨(Bill Bowerman)라는 그의 감독이 만든 회사이다. 원래는 블루리본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오니츠카 타이거 (미즈노)의 대리점으로 시작했으나, 그 후에 Nike 라는 독자 브랜드를 론칭했고, 1972년부터는 그 유명한 스우쉬(Swoosh)를 로고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태생 자체가 운동선수와 감독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항상 나이키의 DNA 속에는 '운동선수(Athlete)'가 중심에 있다. 그리고 그들의 performance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즉, 감독의 역할)이 항상 브랜드 에퀴티(Brand Equity) 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에쿼티의 중요성은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하지만, 나이키의 경우 더욱 그렇다. 나이키의 캠페인에는 항상 운동선수들이 있고, 그들의 노력과 좌절, 기쁨과 환희가 있다. 나이키의 제품에는 운동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과 이를 후원하는 나이키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키의 마케팅 캠페인은 어느 나라를 가든지, 이러한 DNA 를 가지고 이루어지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유명 운동선수 (Athlete)을 모델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유명 연예인을 사용하는 것과는 아주 아주 아주 아주 거리가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Take it to the next level (한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의 동영상은 바로 이러한 나이키의 DNA에서 나오게 된 내용이다. 네델란드 출신의 한 선수가 영국 최고의 축구팀 아스날에 입단하면서 겪는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그려 내고 있다. 여기에는 역시 선수로서의 기쁨, 노력, 좌절, 환희, 경쟁 등등이 모두 나타나 있다.
요즘 나이키 코리아에서 하고 있는 김연아의 Just Do It 캠페인도 이런 나이키의 DNA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런 캠페인을 단순히 Celebrity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캠페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선수의 입장에서, 선수의 눈으로, 선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로 나이키의 일관된 Brand Equity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Brand의 전략이 있는 것이다.
지구를 떠나간 아디다스..... impossible is nothing....
아디다스 캠페인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Impossible is Nothing 이었다. (
http://www.adidas.com/campaigns/usiin/content/) 데이빗 베컴, 이신바예바, 리오넬메시 등이 나와서 자신들이 역경을 극복한 사례를 이야기하던 이 캠페인은 많은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를 짧고도 간결한 동영상으로 전달함으로써 인터넷에서도 buzz를 일으킨 사례였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Athlete's Story를 한번 클릭해서 동영상들을 보시라. 30초에서 1분밖에 안되는 동영상에서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풀어 내는지.. 마치 1분짜리 '무릎팍 도사'를 보는 느낌이다.
모델 선택에 있어서도 한국에서는 이효리를 쓰고 있는데, 외국에서의 모델 선택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참고: 부탕님의 포스팅 - 이효리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글로벌 모델 발탁:
http://bootang.tistory.com/43) 얼마전에는 이효리가 뉴욕에 가서 다른 나라의 아디다시 모델들과도 만난다고 해서 봤더니 주제가 '음악과 패션의 만남' 이라고 한다. 아디다스의 브랜드 어디에 그렇게 음악과 패션의 만남이 어울리는 것인지....
Nike Wear, Nike Plus, 그리고 Nike True City
나이키의 향후 인터넷 월드에서의 행보중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아마도 Nike Plus 와 관련된, 향후 어떻게 Digital Device를 활용해서 나이키가 진화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처음에 나이키 플러스가 나와서 iPod 와 연동된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흥분했다!! 나이키의 글로벌 전략에는 확실히 이러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운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사람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그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나이키 트루씨티 (
http://www.niketruecity.com/) 도 이러한 방향성의 한 점에 있는 캠페인 + 어플리케이션인것 같다. 지역 기반(location based) 서비스로서 자신의 주변 지역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iPhone 으로 알 수 있고, 이러한 내용을 주변 친구들과 share 해 주도록 하는 서비스 인 것 같다.
결론
내가 아디다스에 비해서 나이키의 캠페인을 더 좋아하는 이유
1. Brand Equity 에 충실하다. - 선수, 감독, 선수의 퍼포먼스 향상
2. 미래 지향적이다. - 디지털, 공유, 체계적인 퍼포먼스 향상
개인적으로 아이다스의 제품력은 정말 인정하기 때문에, 아디다스의 마케팅 캠페인에 더 아쉬움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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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가 우리나라에 어디 있나!! ㅎㅎ 확실히 도쿄와 서울의 차이가 많이 줄어든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아직 미식에 있어서는 갈 길이 먼 거 같다. 도쿄 사람들은 너무 부러운 게 파리에 갈 필요가 없음. ㅠ.ㅠ
2010.03.05 18: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그리고 Uniqlo UT 나 Graniph T-shirt 같은 프린트 티셔츠 전문점이 메이지도리 대로변에 크게 매장을 내고 장사할 수 있다는 것도 부럽고. 또 유니클로든 자라든 브랜드는 서울에 들어와있어도 상품구색 측면에서는 차이가 많이 있는 거 같아.
하지만, 뭔가 모르게 활기가 없는 느낌은 나도 받았음. 경제/산업 전체적으로 기존 패러다임에 의한 성장은 한계가 왔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 못 해서 그런건지.
그런데 일본의 정체는 우리나라한테도 문제일 수 있는게,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큰 정신적 원동력이 '극일'이었던 거 같거든. 이병철, 정주영, 진대제 머 이런 사람들 얘기들 보면 '일본을 넘어서자' 이런 게 느껴지잖아. (한일전에 열광하는것도 그렇고. 김연아 라이벌도 만약 미국애였으면 이렇게까지 열광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
일본이 잘 해온 방식을 일본보다 더 독하게 더 빠르게 더 싸게 잘 하자...머 이런 패러다임이랄까.
이제 우리가 일본을 넘어서고 있는 단계여서, 삼성..현대 등등, 당분간은 신나겠지만... 그 이후에 일본은 계속 정체 상태면 우리도 표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저를 버리고 의장님과 식사하시더니, 댓글은 꽤 날카롭게 남기시는군요. ㅋㅋ
2010.03.05 21:40 신고 [ ADDR : EDIT/ DEL ]우리나라에 애플 스토어 없나? ㅋㅋ 생각해보니 그렇네.. 가짜 애플 스토어들은 몇개 있는디요..Uniqlo UT 나 UJ 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거나 곧 들어올꺼에요. 확신함.(왜냐면 별로 특별한 seg에 한정된게 아니고, base 가 넓은 상품구색이므로). 스토어마다 상품 구색은 확실히 차이가 있기는 하네요.
목/ 금 이틀내내 일본 사람들이랑 미팅이었는데, 한국의 eCommerce에 대해서 소개하는 세션들이 많이 있었어요. 일본의 제일 큰 라쿠텐도 아직은 사이즈가 그렇게 크지는 않더라구요.
일본의 정체는 확실히 우리에게도 큰 문제인것 같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이제는 극일도 한류도 아니고 뭔가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듯.
형 사회자님은 누구에요? ㅎㅎ.. 일본은 여기저기 구멍난 것 같습니다. 제가 늙어서(-_-
그런지 요즘 일본에 학회 참석차 몇 번 다녀오긴 했는데, 볼때 마다 느낌이 정말 식상하고, 잼있고 새로운게 없더군요. 물론 일본 GDP 규모 자체가 엄청 크고, 우리보다 구매력이 크다보니, 상품구색이 좋은 것 같긴 하더군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독일에 뮌헨에도 없는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쉽 스토어들이 아직 도쿄에 건재한 걸 보면 역시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보면 향후 10~20년은 걱정없을 것 같은데, 그 후에 어떻게 될지는 딱 일본만 보면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전 통일이라는 변수가 일본과 우리의 차이를 나타내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요.
2010.03.16 01: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통일이 우리 사회의 최대의 리스크이자 모멘텀이 될 것으로 동의. 예전에 한 동경대 교수가 한 얘기가 있는데, 한국은 북한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있는 사회라고 부럽다고 하더라구. 긴장감이 있다는 얘기는 그만큼 긍정적인 작용도 하니까. 반면 일본은 전혀 긴장감도 없고 성장도 하지 않는 느낌이야.
2010.03.16 12:08 신고 [ ADDR : EDIT/ DEL ]사회자는 윙버스 사장님 :-)
얼마전 불모지대(야마사키 토요코 원작)의 드라마를 매우 재미있게 감상했었습니다. 주인공의 배경 모델은 세지마 류조라는 이토추 상사의 전 사장, 회장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세지마 류조가 이병철씨와도 가깝게 지냈고, 박정희를 비롯한 구 만군, 일본군 출신과 친했고, 그리고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와도 폭넓은 교류를 했다고 하더군요. 드라마상의 주인공이 꼭 세지라 류조를 그대로 묘사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주인공의 업무 처리방식은 보다 빠른 정보 획득과 연줄 대기와 돈봉투 뿌리기였다는....만약 우리나라의 재계의 원로들과 정치계의 원로들이 아직도 그와 같은 사고 방식에 빠져있다면...우리의 미래는 잘해야 지금의 일본 혹은 훨씬 퇴화된(degraded) 일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2010.03.16 01: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